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오늘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오늘은 맛있는 반찬이 있어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일 술 마실 일투성이다. 하지만 이렇게 음주를 즐기다가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젊은 층에서도 늘고 있는 대사증후군도 음주를 줄이면 개선할 수 있다.
30대 후반 남성이 직장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고 진료실을 찾아왔다. 허리둘레 102cm, 수축기혈압 145㎜Hg, 이완기혈압 92㎜Hg, 공복혈당 120mg/dL, 저밀도콜레스테롤 150mg/dL, 중성지방 260mg/dL, 고밀도콜레스테롤 350mg/dL로 대사증후군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퇴근 후 맥주 한 캔 정도를 일주일에 4~5회 마시며, 일주일에 한 번 소주 한 병 정도 마시는 술모임이 있는 분이었다. 절주 및 생활습관 개선을 3개월 한 후에도 이상지질혈증이나 고혈압이 지속되면 약처방을 고려하자고 했더니 질문을 던졌다.
술을 줄이면 대사증후군이 정말 개선되나요?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공복혈당장애,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 등의 집합이다. 대사증후군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위험 음주자의 경우 저위험 음주자에 비해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더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음주량의 변화, 즉 저위험 음주자의 음주량이 증가할 경우, 또는 고위험 음주자의 음주량이 감소할 경우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량의 변화와 대사증후군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우리나라 도시기반 코호트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총 2회 검진을 받은 남녀 41,468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분석을 한 결과, 첫 번째 검진 시기 저위험 음주자가 두 번째 검진 때 음주량을 유지했을 경우에 비해 알코올 섭취가 증가했을 경우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도가 45% 증가했다. 반면 고위험 음주자가 알코올 섭취를 줄여 저위험 음주자가 되었을 경우, 지속적 고위험 음주자에 비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도가 39% 감소하였다. 고위험 음주자가 알코올 섭취량을 줄일 경우 대사증후군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음주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한 잔 정도의 소량 음주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요?
과거 일부 외국 연구에서 알코올 30g 정도를 섭취하는 적당량 음주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소판 응집을 줄여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하루 1~2잔의 음주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다는 연구도 일부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음주로 인한 건강상 이점을 의학적으로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우세하다. 혈압은 음주량이 늘수록 비례 관계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소량 음주는 혈압 강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연구팀이 비음주자 11만 2,403명을 음주량 변화에 따라 비음주 유지군과 음주군으로 나눈 뒤 3년간의 건강 상태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하루 평균 10g 이하(한 잔 기준)의 알코올을 섭취한 소량 음주군에서의 뇌졸중 발생위험이 비음주 유지군보다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즉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가볍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해서 뇌졸중 등의 위험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루 2잔 이상 술을 마시기 시작한 사람은 교통사고 등 외인사로 사망할 위험이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음주는 두경부암, 식도암,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원인이기 때문에 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거나 암 경험자분들은 절주 또는 금주할 것을 권유한다. 알코올 종류 및 섭취량과 관계없이 알코올 자체가 주는 건강상 이점은 의학적으로 불분명하다. 비음주 습관을 유지해 온 사람이라면 건강을 위해 금주를 지속하는 것이 권장된다. 30대 후반의 남성에게는 퇴근 후 마시던 맥주를 탄산수로 대체하라고 권유했다. 절주 또는 금주는 내 몸 건강을 위한 좋은 장기투자 전략이다.
글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3년 6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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