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언론을 통해 ADHD가 많이 알려지면서 부모들의 걱정도 커졌다. 증상을 들어보면 우리 아이도 해당되는 것 같다는 불안 때문이다. 하지만 ADHD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받고 꾸준히 치료받으면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다.
2023년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DHD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7년 5만 3,056명에서 2021년 10만 2,322명으로 92.9%(4만 9,266명) 급증했다. 연령대별로 분류해서 관찰해 보았을 때, 최근 5년 동안 ADHD로 진료를 받은 10만 2,322명 가운데 10대가 41.3%(4만 2,265명)로 가장 많았고, 9세 이하가 23.8%로 보고되었다. 미국 소아정신과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ADHD의 유병률은 3~8% 정도로 추정되고, 서울시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시행한 국내 역학 조사에 따르면 유병률이 6~8%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보고된 유병률을 토대로 생각해 보았을 때 아직도 진단받지 않은 ADHD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이지만, 최근 ADHD로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비교적 증가한 이유는, 과거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ADHD 증상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이 줄어드는 등의 변화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ADHD의 특징과 진단
ADHD는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의 약자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라고 불리는데, 주의력이 떨어지고, 산만하거나 과다한 활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것을 주 증상으로 하는 질환이다. 흔히 부주의하여 세부적인 면에 대해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못하거나, 학업이나 숙제, 과업이나 책임을 체계화하여 완수하기 어려워하고, 저항하거나, 물건들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일상적인 활동, 일정을 잊어버리고 약속을 잊는 등의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에 더해 과잉행동-충동 증상으로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리거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성급하게 대답하거나, 끊임없이 활동하거나,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간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학교, 가정, 직업 환경 등에서 기능의 저하나 대인 관계의 어려움 등을 겪는 경우 의학적으로 진단하게 된다. ADHD의 경우 증상의 스펙트럼이 다양하여 증상의 개인차가 있고, 영아기부터도 증상을 보일 수 있다. ADHD는 과잉행동/충동성과 주의력 결핍이 나타나는 경우 복합형, 주로 주의력 결핍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 주의력 결핍 우세형, 과잉행동과 충동성의 증상이 주가 되는 경우 과잉행동/충동 우세형을 분류하여 진단을 내린다. ADHD는 1902년 영국의 소아과 의사였던 조지 F. 스틸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틸은 1902년 주의 집중 및 자기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43명의 아동에 대한 강연에서 현재 ADHD로 진단될 법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을 소개했다. 그는 ‘이들의 지능은 정상이지만 공격적이고, 반항적이며, 규칙을 지키지 않고, 감정이 과도하게 풍부하고, 통제력이 없으며 주의력 유지에 심각한 장애가 있다’고 밝히며 사례를 보고했다. 스틸이 ADHD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당시 그가 기술한 사례들은 현재의 ADHD 복합형과 가장 일치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에도 스틸은 아동기의 ADHD 문제가 성인기에도 남아 있을 것으로 기술하기도 했다. 그보다 오래 전인 고대와 중세 유럽에서도 ADHD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는데, 기원전 493년 히포크라테스의 기록 중에서 ‘감각 경험에 대해 잽싸게 반응하면서도 끈기는 없다. 왜냐하면 영혼이 재빨리 다른 곳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는 기록이 있으며 1597년에 발표된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에는 왕이 오랫동안 ‘주의력이 산만한 고질’에 시달린다는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약물 치료와 행동 치료로 꾸준히 관리
ADHD의 경우 증상의 스펙트럼이 다양하여 개개인에 따라 치료적인 개입 방법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할 경우 우울증, 조울증 등의 기분 장애, 불안 장애, 품행 장애, 물질 사용 장애, 적대적 반항 장애 등 다양한 공존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보고에 따르면 대체로 ADHD로 진단되는 경우 67~80%에서 다른 정신적 질환이 하나 이상 동반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ADHD가 의심되는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와 상의하여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적 개입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ADHD에 대한 추적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서, ADHD가 상당 기간 오래 증상이 유지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며 성인기까지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고 알려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특성을 성격적인 부분 등으로 생각하고 변화시킬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다른 만성 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생활을 잘해나갈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까지 치료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치료는 약물치료와 행동 치료 등이 있다. 우리 아이 혹은 가족 중에 ADHD가 의심되는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하루빨리 전문의와 상의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방법을 논의하여 일상을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경상북도지부(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
글 안재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3년 6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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